민트다이어리

 오래전 사진첩에 꽂혀 있던 필름을 꺼내 슬라이드에 끼웠다.하나하나 가위로 자르고 슬라이드에 끼워 들여다보며 그 시절을 기억해 내는 과정. 이런 즐거움과 감동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사진 하기를 참 잘했다. 2021.10.21 am 11:17 -유쾌함은 하품처럼 전염된다.좋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자.얼굴 찌푸려야 주름만 생길 뿐이다.하나의 슬픔에 하나의 기쁨!그러니 슬플 땐 슬프고 기쁠 땐 웃으며 인생을 원래 그런 거라며 유쾌하게 살면 된다.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면 세상에 아까운 것은 오직 더 사랑하고 웃지 못한 시간뿐일 것이다.-길게 10년을 바라본다.내 글씨, 사진, 일기, 취미들은 10년 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어제보다 다만 1mm 라도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매일을 산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않은지 오래되었다.친해지는 과정이 힘들다고 해야 하나 피곤하다고 해야 할까.있던 친구마저 소홀해지고 별로 궁금하지 않은지 오래.언제부턴가 난 외롭지 않았다.질병같이 지긋지긋했던 외로움이 변해 조용하고 편안한 고독이 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깊은 밤도 새벽도 이젠 힘들지 않고술 취해 비틀거릴 힘으로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2021.08.03 pm 10:05며칠 전 비가 내린 후부터 아침에 찬 바람이 불어 옆에 두고 자던 이불을 끌어당기게 한다.맹렬하던 여름이 잠깐잠깐 뒷모습을 보여준다.토요일은 입추, 이제 가을을 준비해야지.2021.08.04 am 9:24펜으로 쓰는 글은 지운 글을 다시 읽을 수 있다.백스페이스로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노트북과 달리.비효율적이지만 가장 비효율적인 것 또한 나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2021.08.19 pm 3:29 

 가끔 지금까지 고향에 살았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작은 시골을 떠나지 않으려 버둥거렸던 시간들과 좋은 친구들이었지만 때론 함부로 하던 친구들, 찌그러진 자존심과 패배감 같은 것들에 일찍 죽지 않았다면 흘러가는대로 살며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을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어리고 철없었으며 무모하고 교만했었다. 2021.07.13 am 8:34며칠 고민하던 노트북을 월요일 아침 무슨 생각이었는지 거침없이 고르고 결제했다. 6개월 할부의 늪이 시작되었지만 어차피 꼭 필요한 것이라면 미루고 망설이는 것보다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낫다 싶었다.망설이는 시간과 좋은 선택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2021.07.13 am 8:41 

책이라서 다행이었다 서점에서 계획에도 없던 책을 6권이나 샀다. 욕심인줄도 언제 읽을줄 모르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욕심을 꺾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몇주전부터 책읽을 시간이 나질 않아 늦은시간 동네 체육관 런닝머신 위에서 몇 페이지 읽는게 고작이었는데, 읽고 싶었던 책, 사고 싶었던 책들을 책장에 꽂아두고 보니 왠지 조금은 편안해 졌다. 배고플때 먹는 밥처럼 마음 고플때 책을 읽고 책을 사곤 했던 것 같다. 책이라서 고마웠고 책이라서 다행이었다. 가난한 학생시절엔 주로 시집을 샀다. 작은 문고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버스안에서 전철안에서 읽었다. 안도현, 김용택, 김영승, 김규동, 최영미, ... 동네서점에서 한시간쯤 서서 책을 읽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 고른 시집들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주로 소설이나 월간지, 계간지들을 샀다. 그시절 소설은 시리즈가 많았다. 계간지는 주로 문학잡지들이었는데 정말로 한계절동안 읽어야 했다. 월간지는 이사다니며 대부분 버렸지만 월간P …

불편은 어디에나 있다  요즘 읽은 책중에 사마천의 이야기가 있었다. 사마천(BC 145 ~ ?)의 가문은 조부때부터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집안 이었는데, 46세에 억울하게 궁형(생식기를 잘리는 벌)을 당하고도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55세에 '사기'를 완성했다. 총 글자수는 52만 6,500자, 종이가 발견되기도 전이라 죽간과 목간에 칼로 새겨 기록했다. 기전체 역사서 (편년체 : 시간순으로, 기전체 : 인물위주로) 의 효시였다. 불편을 넘어 치욕스러움과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 지치고 무언가를 그만두고 싶을 때 이렇게 툭툭 튀어나와 다시 한번 무릎을 짚고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을 하다 이것만 좀 어떻게 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때로 있다. 별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신경쓰이지 않는 것도 아닌 작은 것들. 그럴땐 흐름을 끊지 말고 무시하고 계속 하는 것이 나에겐 답이었다. 어디에든 신경쓰이고 불편한 것이 한두개 섞이기 마련인데 일일이 대꾸를 하지 않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