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서 다행이었다
페이지 정보
본문
책이라서 다행이었다
서점에서 계획에도 없던 책을 6권이나 샀다. 욕심인줄도 언제 읽을줄 모르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욕심을 꺾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몇주전부터 책읽을 시간이 나질 않아 늦은시간 동네 체육관 런닝머신 위에서 몇 페이지 읽는게 고작이었는데, 읽고 싶었던 책, 사고 싶었던 책들을 책장에 꽂아두고 보니 왠지 조금은 편안해 졌다. 배고플때 먹는 밥처럼 마음 고플때 책을 읽고 책을 사곤 했던 것 같다. 책이라서 고마웠고 책이라서 다행이었다.
가난한 학생시절엔 주로 시집을 샀다. 작은 문고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버스안에서 전철안에서 읽었다. 안도현, 김용택, 김영승, 김규동, 최영미, ... 동네서점에서 한시간쯤 서서 책을 읽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 고른 시집들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주로 소설이나 월간지, 계간지들을 샀다. 그시절 소설은 시리즈가 많았다. 계간지는 주로 문학잡지들이었는데 정말로 한계절동안 읽어야 했다. 월간지는 이사다니며 대부분 버렸지만 월간PAPER는 추억이 많아 지금도 책장에 몇칸을 차지하고 있다. 가끔 바자회를 하기도 했는데 월간페이퍼 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백발두령 김원 선생님, 편집장 황경신 작가님, ... 이젠 아쉽지만 계간지로 독립출판물 파는 서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책장에 책들은 언젠가 다시 읽을 것 같지만 대부분은 결국 먼지만 쌓여 갈거라는 미니멀라이프를 실행중인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한동안 상태가 좋은 책들을 골라 주변에 추천하며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시간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습관은 다시 책을 쌓아가고 있다. 시절마다 위로받고 마음을 다독였던 책들은 좀처럼 떠나보낼 수가 없다. 시간이 자연스레 남겨지고 떠나보낼 책들의 우선순위도 정해줄거라 믿는다. 마치 사람들처럼.
2019. 03. 23.
#민트다이어리 #일상여행 #소담 #일상의기록
#책욕심 #그래도책 #책좋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